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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층간소음 잡으며.. 장판이 돌아왔다

by Char Aznable 2015. 6. 13.

http://media.daum.net/economic/all/newsview?newsid=20150613030316708

 

장판이 돌아왔다. 1980~90년대만 해도 열에 여덟, 아홉 집엔 장판이 깔려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방에 장판 대신 마루를 까는 집이 늘어나면서 장판은 바닥재 시장에서 밀려나는 듯했다. 장판은 가격과 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었다. 하지만 유해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시장에서 마루에 밀리기 시작했다. 그 장판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장판과 마루 간 주도권 전쟁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장판·마루 주도권 전쟁

 

'비닐 꽃장판'이 처음 등장한 게 1958년이었다. 흔히 비닐 장판이라 불리는 폴리염화비닐(PVC) 바닥재가 방바닥을 덮었다. 그전엔 대부분 구들장 위에 기름 먹인 한지, 노르스름한 종이 장판을 바르고 살았다. 비닐 장판은 물에 약한 종이 장판의 단점을 보완한 제품이었다. 설치하기 쉽고 관리하기도 편했다. 비닐 장판 출시 초기엔 방에 깔았던 장판을 이사 갈 때 챙겨갈 정도로 귀하신 몸 대접을 받았다.

 

1978년 '모노륨'의 등장은 바닥재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 '장판=모노륨'이라 인식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겨울에 난방을 하면 수축과 팽창을 거듭하면서 쭈글쭈글해지던 기존 1세대 장판의 단점을 보완했다. 단순히 바닥을 덮는 데서 그치지 않고 쿠션을 보완해 편안함을 더했다. 모노륨은 1980년대 아파트 건설 붐에 맞물려 장판 대중화를 이끌었다. 디자인과 기능도 다양해졌다. 원목 무늬를 재현하거나, 황토나 숯 등을 첨가해 세균과 곰팡이 번식을 막아주기도 하고, 벌레 퇴치 효과가 있는 제품도 선보였다.

1990년대 이후 전성기를 구가했던 장판의 위세를 꺾은 건 2000년대 중반 이후 등장한 친환경·웰빙 열풍이었다. 이번엔 바닥재 시장에 마루 바람이 불었다. 장판이 포름알데히드나 휘발성 유기화합물 등 유해물질을 방출하고 아토피나 새집증후군의 주범 중 하나로 지목된 것도 장판이 주춤하게 하는 데 한몫했다. 반면 마루 시장은 2010년 3800억원으로 증가해 장판 시장(1700억원)의 2배 규모로 성장했다.

이에 맞서 장판도 친환경 제품 개발 및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반격에 나섰다. 마루 시장은 2012년 3300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대로 축소된 반면, 장판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 지난해 마루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 올해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처음으로 장판 시장이 마루 시장을 추월해 1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장판이 승기(勝機)를 잡은 계기는 무엇일까. 최동규 LG하우시스 부장은 "장판이 친환경 기술 발달로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유해성 논란에서 많이 자유로워진 데다,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된 공동주택 층간 소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원투수'로 등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LG하우시스는 2011년부터 장판 만드는 데 들어가는 프탈레이트계 화학물질 대신 친환경 물질을 사용해 인체 유해성 논쟁을 잠재웠다. 프탈레이트계 화학물질은 환경호르몬의 일종으로 인간의 내분비계를 교란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도 2013년부터 이 물질의 함유량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장판 두께 경쟁

최근 바닥재 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층간 소음 문제 해결이다. 층간 소음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하면서 마루보다 충격 및 소음 흡수 효과가 우수한 장판이 '대안'으로 주목받게 됐다. 장판업계에선 '두께 경쟁'이 벌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두께 2~3㎜ 장판 대신 고탄력 쿠션층 비중을 높인 6㎜짜리 제품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KCC 관계자는 "소음 테스트 결과 일반 콘크리트 맨바닥 대비 33% 정도 충격음 감소 효과가 있었다"며 "아이들이 뛰어다니는 큰 소리는 어쩔 수 없지만, 청소기를 돌리고 의자 끄는 소리 등은 이 장판으로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소음 완화를 화두로 삼아 제품 이름도 '소리지움' '숲 소리 휴(休)' 등과 같이 지었다.나무보다 열전도율이 뛰어나 겨울철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는 것도 장판의 장점으로 꼽힌다. 최 부장은 "시흥목감·목포대성 지구 등 지난해 분양한 아파트 모델하우스의 경우 이례적으로 바닥의 30~40% 정도를 장판으로 깔았다"며 "그동안 대부분 마룻바닥을 사용했던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도 장판 사용이 늘고 있다"고 했다.

장판밑은 집안 '금고'?

마루에 비하면 시공비가 절반도 되지 않는 장판은 서민 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동반자였다. 20~30년 전만 해도 담뱃불로 구멍이 나고, 한겨울 연탄불을 많이 때는 바람에 아랫목이 거무튀튀하게 변색된 장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장판 밑은 귀중한 것을 숨겨두는 '가정 금고' 역할을 하기도 했다. 포항에 사는 최모 할머니는 지난해 10월 손자의 결혼 자금을 장판 밑에 보관해오다 습기로 곰팡이가 피고 눌어붙은 1100만원을 한국은행에서 새 돈으로 교환했다. 지난해 불에 타거나 습기 등으로 손상돼 한국은행에서 교환된 손상 화폐는 모두 29억6600만원으로, 이 중 장판 밑 눌림으로 부패돼 교환된 것은 839건에 1억7000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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