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ize 글 박정근(사진가), 김지양([66100] 편집장)
[아무래도 익숙해지지 않는 일 중 하나가 사진 찍기다. 카메라 앞에만 서면 얼굴과 몸이 굳어버리는 것은 물론, 핸드폰 ‘셀카’와 남이 찍어준 사진 속 내 모습의 괴리에 좌절하기도 한다. 이렇게 카메라와 점점 멀어지는 ‘사진 포비아’들을 위해, 조광사진관을 운영 중인 사진가 박정근과 플러스사이즈 패션컬처 매거진 [66100]의 김지양 편집장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열 가지 팁을 보내왔다. 이것만 잘 숙지해놔도 더 이상 카메라가 두렵진 않을 거다.]
1. 웃는다고 웃었는데 사진에는 ‘썩소’로 나오네요. 어떻게 자연스럽게 웃나요?
보통 사람들이 사진관에 갈 일은 지갑을 잃어버려서 증명사진 찍을 때 빼곤 참 드물죠. 지갑을 일주일에 서너 번 잃어버리지 않는 이상, 자주 볼 일이 없는 사진관 주인 앞에서 활짝 웃기가 쉽지 않은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굳이 치아를 활짝 드러내는 웃음을 요구하는 편은 아닙니다. 표정이 잘 안 나오는 분들에겐 입꼬리만 올려보라고 얘기합니다. 그런데 한쪽 입꼬리만 올라가면 백이면 백 ‘썩소’가 나오게 됩니다. 권하는 방법은 거울을 보고 양쪽 입꼬리가 올라가는 단어를 발음해서 연습하는 건데, 말이 쉽지 잘 안 될 겁니다. 이제 여기 적힌 대로 해보세요. 양 볼에 본인 손을 갖다 대시고 거울을 보세요. 살짝 미소를 짓는다는 느낌으로 입꼬리를 올려보세요. 잘 안 되면 대고 있던 손바닥으로 입꼬리를 올려보세요. 자, 이제 됐다면 턱에 약간만 힘을 줘서 아랫입술만 살짝 내려주면 활짝 웃는 얼굴이 됩니다. 이걸 반복합니다. 그러다 보면 거울 속에 비친 스스로가 웃겨서 웃음이 나올 겁니다. 기억해놨다가 사진 찍을 때 생각하시면 됩니다.
2. 눈은 어디를 봐야 하죠? 크게 뜨면 꼭 치켜뜬 것처럼 보이던데요.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턱을 약간 아래로 당기셔야 좀 더 갸름하게 나옵니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카메라는 분명 약간 위에 위치해 있는데 눈도 크게 뜨라고 하면 당연히 치켜뜬 것처럼 나옵니다. 그렇다고 눈동자가 아래로 가면 시선이 카메라 밖으로 나간 것 같죠. 증명사진을 계속 예로 드는 것 같은데, 다른 촬영을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특별한 포즈가 아닌 이상 턱을 약간 아래로 숙이라는 얘기를 하면서 찍어요. 그러면서 렌즈를 응시하게 될 경우 저는 동그란 렌즈의 아랫부분을 보라고 합니다. 친절한 사진관 주인이라면 여기를 보라고 손으로 따로 얘기해주기도 하지요. 그런데 제일 중요한 건, 치켜뜬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면 시선도 시선이지만 이마에 힘이 가선 안 된다는 점입니다. 화난 사람이 되거든요.
3. 얼굴이 비대칭이라 옆으로 돌려서 찍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찍어본 적이 없어서 어떤 포즈가 예쁜지 모르겠어요.
우선, 비대칭 얼굴이 아닌 사람은 없습니다. 저도 눈 크기 차이가 꽤 있는 편이라 한번은 포토샵으로 한쪽 얼굴을 따다가 대칭으로 붙여봤는데 너무 웃기게 나와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일단 예쁜 곳이 좀 밝아야 합니다. 양쪽 얼굴 중 예쁜 쪽에 조명이 가야 해요. 그걸 명심하시고 움직입시다. 이것과 같은 맥락으로 예쁜 쪽이 먼저 렌즈 앞으로 다가가는 게 좋습니다. 포즈는 몸을 막 배배 꼬지 않아도 좋아요. 살짝 한쪽 어깨를 내려주는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다만 특별한 포즈가 아닌 이상, 허리는 좀 꼿꼿하게 세우면서 상체를 움직이시는 게 좋아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예쁜 쪽이 밝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걸 찍는 사람에게 말해주면 아주 좋습니다. “저는 어디가 더 예뻐요”라고 말이죠.
4.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브이’나 ‘락앤롤’ 말고 다른 손동작은 없을까요?
하루는 제가 갑자기 추억을 느끼고 싶어서 초등학교 때 소풍 가서 찍힌 사진들을 봤는데, 놀랍게도 ‘브이’를 하고 있는 사진이 한 장도 없더군요. 남들이 다 하니까 굳이 할 생각도 없었고 집에서도 잘 시키지 않는 손동작입니다. “나는 ‘브이’나 ‘락앤롤’ 동작을 하지 않겠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미리 얘기하십시오. 사진을 같이 찍는 사람들은 “그럼 뭘 할 건데?”라고 묻겠죠? 근데 손가락만 가지고 손동작을 하는 건 아니죠. 가끔 프로필 사진을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다는 분들이 사진관에 오실 때 제가 주로 하는 말은 “본인이 자주 만지작거리는 물건을 한두 개 가져와라”인데요, 손이 심심하면 쥐어줍니다. (물론 이래도 어색한 경우는 있습니다만….) 얼굴 근처에 손을 갖다 댄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좀 더 찍기 편하실 거예요. 손이 영 심심하다 싶을 때는 손을 탓하지 마시고 근처에 재미있는 물건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나름 재미있을 겁니다.
5. 놀러 가서 친구들과 전신사진을 찍을 건데 포즈를 어떻게 취해야 할까요? 몸을 잘 못 움직이겠어요. 특히 다리는요? 저는 다리도 휘었거든요.
사실, 나중에 포토샵을 켜고 직접 만지는 것보단 자신 없는 부위는 가리면 됩니다. 저도 제가 놀러가서 찍힌 사진을 포토샵으로 만질 생각을 하면, 자괴감이 들어서 찍히기 싫어지거든요. 가방이나 우산 등을 이용해서 일부러 가린 티가 나지 않게끔 몰래 예쁘게 가리세요. 그리고 사진에 두 다리가 나오는 상황을 피하세요! 한쪽만 나오면 됩니다. 분명 두 다리가 다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재밌는 사진이 나올 장소가 있을 거예요. 손동작 관련 질문과 마찬가지로 본인이 재밌어야 좋은 사진이 나옵니다. ‘전신사진=꼿꼿이 서 있어야 함’ 아닙니다. 어느 위치에 어떤 모양새로 있어야 친구들도 웃고 본인도 만족스러울 사진이 나올지 재밌게 놀다가 찾아보세요. 내가 저기서 찍히면 예쁠 것 같다, 싶으면 친구들을 데려다놓고 제일 유리한 위치에 있으면 됩니다. 사진은 좀 이기적으로 굴어야 잘 나옵니다. 허나 사진 때문에 친구들과 싸우진 말고 재밌게 놀다 오세요.
6. 혼자 서서 찍을 때 가장 자연스러운 포즈는 뭔가요? 나무나 바위 붙잡고 찍는 것도 지겹네요.
그동안 나무와 바위에게 신세를 지셨군요. 아무것도 없을 때 나무를 심을 수도 없고 산에서 바위를 가져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 고민입니다. 제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게 가장 좋습니다만, 또 가만히 서 있는 사진만 잔뜩 있는 것도 좀 아니죠. 나무나 바위 같은 큰 물건을 그동안 정면으로, 혹은 옆으로 붙들고 찍으셨다면 고개를 좀 부자연스럽게 돌려야 얼굴이 나오게 되니 사실 좋은 포즈는 아닙니다. 가장 자연스러운 포즈는 서 있는 장소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을 취해주시면 나옵니다. 두 팔을 쭉 펴도 좋고 뒷짐을 져도 좋아요. 무언가를 들고 있어도 좋습니다. 이제 바위나 나무는 그만 찾으시고, 또 지겨운 포즈가 무엇인지 알고 계신다면 그것만 피해보세요. 이때가 사진과 친해질 절호의 기회입니다.
7. 통통한 편인데 조금이라도 날씬하게 나오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얼굴, 몸 전부요.
많은 분이 요구하는 사항이기도 한데 사실 좀 어려운 질문이긴 합니다. 우선 얼굴의 경우 너무 강한 조명은 피하는 게 좋습니다. 특히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조명에서 찍으면 광대 밑 그림자가 강하게 떨어지니 모양이 영 안 좋습니다. 저도 그런 데서는 제 ‘셀카’를 안 찍어요. 빛이 부드러운 곳을 자주 이용하세요. 부드럽게 감싸는 빛이 아무래도 얼굴도 부드럽게 해주고 포즈 잡기도 수월합니다. 이건 통통한 사람, 마른 사람 모두에게 통용됩니다. 그리고 여름이 되면 남들보다 굵은 팔뚝이 드러나는 게 싫을 텐데 그렇다고 몸을 너무 움츠리고 있진 마세요. 차라리 쭉쭉 펴는 포즈를 취하시는 편이 조금이라도 날씬하게 나옵니다. 특히 팔뚝의 경우 몸과 밀착돼서 찍으면 더 굵어 보이죠. 측면에서 찍으면 특히나 더 그렇고요. “자신 있게”라는 말이 정말 부담스럽게 느껴질지라도 조금 더 몸을 활짝 펴는 것이 중요합니다.
8. 분명 최상의 컨디션으로 찍은 사진인데 다른 사람들은 보고 ‘어디 아픈 날 찍었냐’고 물어보네요. 생기 있게 나올 수 없을까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보편적인 생기 있는 얼굴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짐작됩니다. 써클렌즈로 초롱초롱한 눈을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거울을 보면서 눈을 크게도 떠보고, 초점을 또렷이 맞추면서 가장 자연스러운 표정을 연습하면 좋아요. 그럼에도 카메라 앞에서 얼어붙는다면, 손거울을 가지고 다니면서 거기서 시선을 떼더라도 표정을 유지하는 것을 반복해보세요. 더불어 눈 밑에 다크써클이 짙게 드리우거나 얼굴이 창백해도 아파 보입니다. 다크를 가린다고 파운데이션이나 비비크림을 덧칠하면 음영이 더 또렷해 보일 수 있으니 컨실러를 활용하면 좋아요. 핏기 없는 얼굴에는 약간 부끄럽더라도 핑크보다는 체리 계열의 치크를 넣어주면 얼굴에 생동감을 줄 수 있습니다. (김지양)
9. ‘셀카’랑 남이 찍어준 사진이 너무 다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카메라 앞에만 앉으면 긴장돼서 숨이 막힐 정돈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보통 ‘셀카’는 핸드폰 가까이에 얼굴을 대고 찍게 됩니다. 팔 길이가 셀카봉보단 짧잖아요. 핸드폰 카메라에는 광각렌즈가 달려 있기 때문에 원근감이 과장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셀카’ 찍을 때 코를 렌즈에 가까이 대보세요. 코가 커 보입니다. (저는 콧대가 낮은지라 이 방법을 가끔 사용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찍어줄 땐, 아무래도 내가 핸드폰으로 ‘셀카’를 찍을 때보단 훨씬 먼 거리에서 찍겠죠? 렌즈 화각에 따라 얼굴 모양이 다르게 나오니 남이 찍어준 사진과 ‘셀카’는 다를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카메라와 조금 떨어져서 ‘셀카’를 찍어보시면, 약간 먼 거리에서 남이 찍어줄 때 본인의 모습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 수 있을 거예요. 거기에 적응이 됐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이렇게 찍어주세요!”라고 말할 수 있겠죠. 아, 셀카봉 광고로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는데 저희 사진관에서 셀카봉은 안 팝니다.
10. 사실 ‘셀카’도 별로 찍고 싶지 않네요. 마음을 고쳐먹어야 하는 걸까요?
이럴 때 제일 좋은 방법은 남을 많이 찍는 겁니다. 주변 친구들을 많이 찍어주세요. 굳이 얼굴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손만 찍어도 좋고, 다 좋아요. 얼굴만이 그 사람의 모습을 알려주는 건 아니잖아요. 그다음에 사람들에게 본인의 카메라를 주면서 “나도 찍어달라”라고 이야기해보세요. 처음에는 좀 어색하겠지만 좋은 사진들이 나올 때마다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그다음에는 혼자서 삼각대를 놓고 찍어보기도 하세요. 사진과 친해질 방법은 많습니다. “남는 게 사진입니다”라는 게 그저 장사하려는 말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나중에 자기 사진 한 장 없는 건 정말 쓸쓸한 일입니다. 진짜로요.
글. 박정근(사진가), 김지양(매거진 [66100] 편집장)
사진 제공. 조광사진관
교정. 김영진